살인적인 지상의 태양을 피해 지하철 선로로 숨어든 인류. 5.56mm 탄환과 정수된 한 모금의 물을 위해 총을 겨누는 세력들의 기록입니다.
기후 대이변과 대기권 붕괴로 인해 지구는 태양의 가혹한 방사선과 살인적인 자외선(UV), 화학 광선이 쏟아지는 지옥으로 변했습니다. 한낮의 지상은 방호복 없이는 몇 분도 버티지 못하고 살점이 타들어 가는 죽음의 땅이 되었고, 극심한 가뭄과 화재, 생태계 괴멸로 인해 지상 문명과 정부 체계는 순식간에 붕괴했습니다.
살아남은 인류에게 유일한 피난처는 두터운 콘크리트와 암반으로 뒤덮인 서울 지하철 선로와 역사뿐이었습니다. 수많은 피난민, 잔존 군경, 정치가, 대기업과 기술자들은 지하로 쏟아져 들어와 각 역사를 거점으로 삼고 방호벽을 세웠습니다. 그렇게 지상과 단절된 채 영원한 여름을 피해 지하 터널 속에서 새로운 질서와 세력들이 피어나게 되었습니다.
멸망 후의 세상에서 종이돈은 휴지조각입니다. 5.56×45mm NATO 미사용 실탄이 지하 전역에서 통용되는 공인 화폐이며, 금·은 등의 귀금속이 보조 화폐로 쓰입니다. 뇌관이 격발된 탄피는 단 1원의 가치도 인정받지 못합니다.
오염되지 않은 지하수는 목숨 그 자체입니다. 모든 세력은 물의 절도나 오염 범죄를 사형에 준하는 최고형으로 다스립니다. 세탁수와 배설물까지 고도 정수 필터를 거쳐 순환시키는 철저한 재활용 체계가 유지됩니다.
극도로 위험한 지상으로 올라가 고철과 전자기기, 의약품을 긁어모아 오는 특수 직업군입니다. 살인적인 자외선과 화학물질 탓에 전신 방호복 착용 후 야간에만 활동하며, 각 세력에 소속되거나 프리랜서(레인저)로 일합니다.
각 지하철 역사는 독자적인 방벽과 검문소를 갖춘 독립 도시국가로 기능합니다. 선로를 따라 이동할 땐 통행료와 입국 심사가 필수이며, 세력권 밖의 폐쇄된 구간은 식인 무리와 돌연변이체가 날뛰는 위험지대입니다.
인공 배양된 버섯과 곤충 단백질 바가 만인의 주식입니다. 수경재배 채소와 닭고기는 상류층만의 사치품입니다. 수력 및 지상 태양광 발전으로 전력 자체는 공급되지만, 냉방과 환기에 대부분 소모되어 역사는 늘 어둡습니다.
세력권에서 추방당하거나 버려진 터널을 배회하는 약탈자 집단입니다. 방호 장비 없이 지상의 방사선과 자외선에 장기 노출되어 신체가 변이된 이들을 '선블러드'라 부르며, 지하인들의 공포와 혐오의 대상입니다.
과천청사의 관료와 군경 생존자들이 세운 국가입니다. 헌정 질서의 유일한 계승자임을 자처하며 타 세력에 충성을 요구하지만, 배급권과 시민권을 미끼로 하층민을 옭아매는 선민의식과 관료적 통제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품고 있습니다.
정통정부의 나약함에 반발해 이탈한 군인들이 세운 철혈의 군벌입니다. 오직 맨손 격투와 전투 능력으로 신분 상승이 결정되는 극단적 약육강식 사회이며, 압도적인 정규군 화력과 노예 노동을 기반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을지로 일대의 금속 가공 기술자들과 총기 장인들이 결성한 기술자 공동체입니다. 지하에서 가장 신뢰도 높은 맞춤형 화기와 방호복을 생산 및 수출하며, 장인이 각인을 새긴 총기는 지하 세계에서 부의 상징으로 통합니다.
로마사 교수가 건국한 독특한 제국으로, 한반도가 진정한 로마의 후계라는 믿음 아래 고대 로마의 법과 군제, 토가 복식을 고수합니다. 기괴해 보이는 외견과 달리 체계적인 법률과 강력한 군단병들을 앞세워 팽창을 꾀합니다.
이태원의 외국인과 주한미군 출신들이 주축이 되어 세운 다국적 용병 집단입니다. 국적과 성별, 과거를묻지 않고 오직 실력과 계약 이행만을 중시하며, 자유롭고 거친 분위기 속에서 지하 전역으로 용병을 파견합니다.
대재앙을 '인류의 죄악에 분노한 태양의 심판'이라 설파하는 광신 집단입니다. 신도들에게는 금욕과 청빈을 강요하고 죄인을 지상 볕에 묶어 제물로 바치지만, 교주를 비롯한 고위 여성 사제들은 암실에서 온갖 사치를 누리고 있습니다.
지하 최대의 물류 집산지이자 공식 중립 무역 지대입니다. 모든 세력의 화폐와 물자가 이곳에서 교환되며, 시장의 막대한 가치를 알기에 그 어떤 군벌도 감히 침공하지 못하는 상업의 중심지입니다.
신촌 대학가 지식인과 대형 병원 의료진이 세운 엘리트 집단입니다. 지하 최고의 의술과 첨단 화학 약품(스팀팩)을 독점하고 있으나, 지능 테스트를 통과한 소수 특권층만 인간으로 대우하며 빈민들에게 비싼 값에 약을 팝니다.
바이오, 중공업, 통신 분야의 대기업 수장들이 결성한 철저한 자본주의 디스토피아입니다. 사병 조직을 통해 하층민을 노예처럼 부리며, 강남 지하의 거대한 프라이빗 쉘터에서 멸망 전의 부를 온전히 누리고 있습니다.
네오 강남의 착취 노동자들과 삼족오 군단에서 목숨 걸고 탈출한 탈영병들이 결성한 자유 공동체입니다. 계급과 혈통을 부정하고 누구든 규칙을 지키면 동등한 시민으로 받아들여 기득권 세력들의 공공의 적이 되었습니다.